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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봉수로에 위치한 봉수골은 미륵산 자락 아래 자리한 소박한 마을이자, 예술과 문화, 그리고 일상의 온기가 가득한 골목입니다. 이곳은 전혁림미술관, 남해의 책방, 개성 넘치는 카페와 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통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술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특별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1. 예술의 향기, 전혁림미술관과 봉수골의 문화 공간
봉수골의 상징적인 공간은 단연 전혁림미술관입니다. 한국 추상화의 거장 전혁림 화백이 30년 가까이 생활했던 자리에 세워진 이 미술관은, 바다의 길을 안내하는 등대와 전통 사찰의 탑을 형상화한 독특한 외관으로 봉수골의 랜드마크 역할을 합니다. 미술관 내부에는 전혁림 화백의 대표작 80여 점과 관련 자료 50여 점이 상설 전시되어 있어, 통영의 바다와 골목, 일상 풍경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봉수골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미술관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눈길을 끕니다. 오래된 담벼락에는 전혁림 화백의 작품이 타일 벽화로 꾸며져 있어, 산책길 자체가 하나의 갤러리처럼 느껴집니다. 이 밖에도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운영하는 카페 ‘내성적 싸롱호심’처럼, 예술가들이 직접 공간을 꾸미고 지역 문화를 전하는 장소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2. 책과 사람, 남해의 책방과 동네의 온기
전혁림미술관 옆에 위치한 ‘남해의 책방(봄날의 책방)’은 봉수골의 또 다른 명소입니다.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이 작은 서점은, 통영의 문화예술 감성을 담은 책과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그리고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책방은 예전 북스테이 공간이었던 ‘봄날의 집’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서가에는 통영 출신 작가의 작품과 인문·에세이·동화 등 다양한 도서가 가득합니다.
책방 내부에는 비밀의 다락방과, 통영 장인들의 전통 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단순한 서점을 넘어 지역 문화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동네 이웃과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3. 골목의 맛과 쉼, 봉수골의 카페와 맛집들
봉수골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새 코끝을 간질이는 맛있는 냄새와 함께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이 골목의 매력은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골목 초입에 자리한 ‘김선생충무김밥’은 통영사람들에게도 소문난 곳인데, 한입 크기의 김밥과 새콤한 오징어무침, 그리고 따끈한 국물이 어우러져 정말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점심시간이면 동네 어르신들과 여행객들이 함께 줄을 서 있는 풍경이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두부집 ‘용두부’가 있습니다. 이곳은 직접 만든 고소한 두부와 담백한 반찬들이 소박한 밥상에 차려져 나와, 마치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편안한 기분을 줍니다. 사장님이 직접 두부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주실 때면, 음식에 담긴 정성과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카페들도 봉수골만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줍니다. ‘카페 부엔’은 오래된 당산나무와 골목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이곳의 글루텐 프리 디저트와 진한 커피 한 잔이면, 바쁜 일상도 잠시 잊게 됩니다. 카페 내부는 옛날 집의 테라조 바닥과 빈티지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 조용히 책을 읽기에도 딱 좋습니다.
이렇게 봉수골의 맛집과 카페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만큼 정이 넘치고 따뜻한 공간들입니다. 여유롭게 골목을 산책하며 이런 작은 가게들에 들러보면, 통영 사람들의 일상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 더 특별한 추억이 남는 것 같습니다.
마치며
봉수골은 미륵산 아래의 작은 골목이지만, 예술과 일상,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어우러진 통영의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전혁림미술관과 남해의 책방, 그리고 골목마다 숨어 있는 카페와 맛집에서, 통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천천히, 깊이 있게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